이건 다수련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온전하지 못한 20년 삶에서 몇 번 되지 못한 따뜻함으로 기록될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안겨 잠들고 싶어지고, 누군가에게 옆에 있어도 괜찮겠냐는 질문을 듣고, 기억하겠다는 쉽지 않은 단어로 몇 번이고 약속을 나누는 일들.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았고, 쭉 아낌 받을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저가 아끼고, 저가 사랑하는 편이 쉬웠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으니까. 사람의 마음은 원래 얻는 것이 어려운 것이고, 저는 그것을 탐내지 않기로 했다. 당연스럽게도 그것은 다수련에게 사치였고, 다수련 본인도 그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
가끔은 저도 슬펐지. 슬프고, 사람이 밉고, 저도 밉고, 사람 얼굴도 보기 싫은 때가 있었다. 왜, 왜 너에게 그렇게 모두 바쳐도 나를 싫어하니. 너를 좋아하고, 아끼고, 걱정하는 마음 모두를 숨기지 않았던 게 싫었다면, 내 앞에서 나에게 그리 말해주지.
"다수련, 걔 진짜 호구 같은 새끼야. 짜증나. 뭔 말만 하면 미소, 미소, 미소! 진짜 뭐야? 저가 무슨 예수라도 된대? 두 손 모아 아멘 해 드려? "
아멘은 내가 할 말이지. 오늘도 나를 싫어하는 너에게, 너를 좋아하는 내가 아멘. 늘 행복하고, 늘 아프지 않기를.
사람 마음이 가장 어렵다는 말을, 다수련은 세상에서 가장 옳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사람 마음이, 가장 어렵다.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섣불리 무엇을 약속하고, 옆에 있겠다고 말할 수 있을까. 모든 말은 네 수많은 고민에서 나온 말일 것이었다. 다수련은 그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밀어내려고 했고, 누구에게나 비슷하게 대해왔다. 실제로 모두를 아끼고 사랑했다는 것은 절대로 거짓말이 아니었지만. 자꾸, 자꾸만 너는 나를 적신다. 비야, 네 이름이 자꾸 나에게 떨어져내려. 나는 너라는 비에 젖고, 잠시 뱀을 잊어. 우리가 함께 잠든 마지막 밤을 잊지 못해.
만약, 너가 내일 밤에 죽는다면 나는 꽃을 피울 생각이었다. 추워 시들어버린 꽃을 피워내고, 숨을 뱉어내고 마시지 않으리라. 너에게 사랑받고 싶어, 너에게 안기고, 너에게서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 주제넘은 바람인 것도 알고, 모두 제 욕심인 사실도 너무 잘 알지만. 너에게 사랑받고 싶다.